이승훈&이화경이 선정한 2008 인터넷미디어 트렌드 TOP 10 
- 3. 포털 및 인터넷 여론 규제 심화

개인적으로 올 한해 인터넷미디어 업계 전반을 돌아보면서 주목할만한 트렌드 10가지를 선정해봤다.  열거된 순서는 객관적인 중요성 판단에 따른 것은 아니며 주관적으로 필자에게 우선 떠오르는 순서부터 열거한 것이다.  내용이 길어 몇차례에 나눠서 올린다. 이번 포스팅은 세번째 포스팅으로서 '정부여당의 인터넷미디어 통제 기조에 따른 포털 및 인터넷 여론 규제 심화'다.

 

조선일보 애독자들이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 이명박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들인 이들이 왜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할까? 답은 간단하다. 반 정부 반 여당의 인터넷 여론만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발언도 통제되고 처벌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 조선닷컴 토론방, '사이버모욕죄' 신설 반대가 대세 

 

당장, 오늘 (17일) 조선일보 토론방에 메인에 편집돼 올라온 글들 중 '이명박, 영남 막장 대통령',  '박근혜는 "속"자(字)에 한 맺힌 여자..' 등 제목만 봐도 사이버모욕죄에 걸려서 글쓴이가 곤욕을 치를 수 있는 글들이 다수 보인다.  본문까지 확인해보면 거의 대부분의 글을 사이버모욕죄로 걸 수가 있다.  포털이나 언론사 사이트 운영자도 관리책임을 물어 욕을 보게 된다.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나 고발을 할 수 있고, 글 내용이 정당하더라도 모욕부분만 따로 처벌이  가능하고, 또 모욕이라는 것은 특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평소 조선일보 인터넷 논객들을 혐오해왔던 반대진영의 네티즌들이 그 글을 모두 제주도 경찰서에 고발해버리면 수만명의 조선일보 독자들은 제주도까지 왔다갔다하면서 돈 쓰고 시간 낭비해야하는 곤욕을 치뤄야 한다. 무죄로 되더라도 이런 생고생이 없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조선일보 독자마당 논객이라면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하는 게 정상이다.


올해 들어 촛불시위와 아고라 등에서 자신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 네티즌 민의의 발산에 당혹감을 느꼈던지 정부와 한나라당은 때에 맞춰 포털과 인터넷 여론을 규제하기 위해 법안을 뜯어 고치고 있다. 그 가운데 절정이 바로 ‘사이버 모욕죄’다. 사이버 모욕죄, 이 한 단어로 정부여당의 인터넷미디어 통제 기조를 대변할 수 있겠다

 

 우리 현행 형법에 모욕죄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사이버 모욕죄’를 두는 게 모순이 아니다. 오프라인의 모욕과 인터넷(사이버)상의 모욕이 법익 침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형량에 차이가 있는 특별법으로 규정할 법적인 실익이 있다. 즉, 사이버상의 모욕죄에 대해서 오프라인상의 일반 모욕죄보다 가중처벌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의 모욕, 명예훼손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다니엘 솔로브 교수(조지워싱턴대 법대)가 최근 저술한 ‘평판의 미래 (The Future of Reputation)’에서  ‘디지털 주홍글씨’ 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물론, 사이버상의 모욕죄가 오프라인상의 모욕보다 죄질이 경미한  경우도 있지만 최저형량은 어차피 같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

 

이렇게 일반 모욕보다 사이버 모욕이 ‘디지털 주홍글씨’마냥 한 개인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형이 가중된 사이버모욕죄의 신설은 오프라인 모욕죄 존치국가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는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어서 아무리 모욕죄 존치국가라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모욕죄라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면이 많아서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국가에서는 명예훼손죄만 두고 모욕죄는 따로 규정해놓지 않는다. -독일은 사문화됐다- 일본과 한국은 친고 모욕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모욕적인 발언이 화자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튀어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이를 법률로 처벌한다면 실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표현의 자유를 토대로 발전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기 때문에 모욕적 발언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형법은 모욕죄를 도입하면서도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욕당한 피해당사자의 고소가 있을 경우에만 수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만약에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 사이버모욕죄가 그대로 통과된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로 500년 전에나 생각 가능한 법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세우면서 국제적인 ‘모욕’거리가 된다.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 사이버모욕죄는 법리상으로도 부조리하다. 모욕감이라는 것은 당사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똑 같은 표현을 받더라도 사람에 따라 모욕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인이나 경찰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타인의 감정상태를 추측해서 고소 고발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법리상으로 부조리하고 모순이다.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 사이버모욕죄는 형사정책적 차원에서도 부조리하다. 친고조항을 폐지했으니 아무나 다 고발할 수 있다. 기분이 조금 나쁘다 싶으면 고발이다. 인터넷상에서 고발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이버수사대사이트에 들어가서 클릭 몇 번으로 고발이 접수된다.

 

자! 결과는 어떨까? 모욕이라는 부분이 모호하고 특정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고발의 99.99%는 정식으로 접수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많은 고발건을 내사종결로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폭주하는 고발로 경찰 기능이 마비될 수가 있다. 우리 나라는 가뜩이나 말이 많고 자기 주장 강하고 고소 고발도 많은 나라인데, 결과는 자명하다 모두에게 재앙이다.

 

이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상의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확대’ 조항, ‘불법정보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  ‘권리침해 임시조치 의무화’ 조항,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인터넷감청 의무화’ 조항. 저작권법상의 ‘삼진아웃제’ 조항 등 일련의 개정안들은 명분은 일부 인정되지만 실질을 살펴보면 정부 여당의 포털 및 인터넷 여론 통제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악법 조항들이다.


포털과 여타 인터넷매체들이 언론, 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의식을 가져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올해들어 폭넓은 공감대가 마련되었다.   얼마전 서부희씨 자살 사건의 2심에서는 포털에게 악플 관리책임을 물어 1심보다 형이 더 가중된 처벌을 내린 일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 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너무 나갔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한에서 정책이 추진돼야한다.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떠벌리는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저버린다면 우습지 않은가.

Copyright ⓒ 이승훈&이화경

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